『파친코』 이민진
「역사가 우리를 저버려도」
1층 · 장면 — 이 장면은 무슨 뜻이었을까
부산 영도의 하숙집 딸 선자는 고한수의 아이를 가진 뒤, 그에게 이미 오사카에 아내와 자식이 있다는 걸 안다. 한수가 곁에 두고 돌봐 주겠다고 하자 선자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.
1.선자의 거절은 자존심이었을까요, 태어날 아이를 위한 계산이었을까요? 그 거절이 선자의 남은 삶에서 무엇을 지켰고, 무엇을 잃게 했을까요?
병약한 목사 백이삭은 아이를 가진 선자와 결혼해 오사카로 데려간다. 이삭은 훗날 신앙 문제로 경찰에 끌려가고, 풀려난 뒤 오래 살지 못한다.
2.이삭이 선자에게 건넨 결혼은 사랑이었을까요, 신앙이 요구한 희생이었을까요? 선자는 그 결혼으로 무엇을 받았다고 느꼈을까요?
소설은 역사가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뜻의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. 선자의 가족은 식민지 시대와 전쟁, 전후 일본의 차별을 네 세대에 걸쳐 통과한다.
3.「상관없다」는 말은 체념일까요, 역사가 끝내 빼앗지 못한 무언가에 대한 선언일까요? 이 문장을 가장 말하기 어려웠을 인물은 누구일까요?
2층 · 해석 — 두 가지로 읽힌다
한수는 선자의 가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돕는다. 전쟁 중 피란을 마련해 주고, 노아의 대학 학비도 몰래 댄다.
4.한수의 도움은 사랑이었을까요, 선자와 노아를 끝내 자기 것으로 두려는 소유였을까요?
- □ 사랑 — 선자가 거절한 뒤에도 그는 대가 없이 수십 년을 도왔고, 가족은 그 덕에 살아남았다.
- □ 소유 — 그는 선자의 뜻과 상관없이 노아의 삶에 손을 대고, 결국 노아가 알고 싶지 않던 진실의 주인이 된다.
와세다에 다니던 노아는 자신의 친아버지가 한수라는 걸 알게 된 뒤 학교를 그만두고 사라진다. 그는 조선인임을 숨긴 채 일본인으로 살다가, 오랜 세월 뒤 선자가 찾아온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.
5.노아를 무너뜨린 건 한수라는 피였을까요,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숨겨야만 살 수 있던 사회였을까요?
- □ 피와 비밀 — 노아는 자기 삶 전체가 한수의 돈과 거짓 위에 있었다는 걸 견디지 못했다.
- □ 차별하는 사회 — 노아가 끝까지 지키려 한 건 일본인이라는 가면이었다. 그 가면을 요구한 건 사회다.
모자수는 파친코 가게에서 일하다 가게 주인이 된다. 파친코는 조선인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로 그려지면서도, 늘 멸시와 야쿠자의 그림자가 따른다.
6.이 가족에게 파친코는 살아남은 증거일까요, 벗어나지 못한 굴레일까요?
- □ 살아남은 증거 — 모자수는 파친코로 가족을 먹여 살렸고, 아들 솔로몬을 미국에서 공부시켰다.
- □ 벗어나지 못한 굴레 — 외국 은행에서 일하던 솔로몬마저 결국 파친코 일로 돌아간다.
3층 · 나라면 — 그 자리에 내가 선다면
선자는 노아가 어른이 될 때까지 친아버지가 한수라는 걸 말하지 않는다. 대학 시절 노아는 한수의 존재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고, 그 사실을 견디지 못한다.
7.내가 선자라면, 아이가 큰 상처를 받을 걸 알면서도 출생의 진실을 스스로 말해 주겠어요, 끝까지 묻어 두겠어요?
- □ 말해 준다 — 남에게서 듣는 진실은 배신이 되지만, 부모에게서 듣는 진실은 함께 견딜 수 있다.
- □ 묻어 둔다 — 진실이 아이의 앞길을 막을 거라면, 그 무게는 부모가 혼자 지는 게 낫다.
노아는 자기 뿌리를 숨기고 일본인으로 살며 가정을 꾸린다. 그 대가로 그는 어머니와 형제에게서 스스로를 끊어 낸다.
8.차별 없는 삶을 얻는 대신 가족과 뿌리를 버려야 한다면, 그 거래를 하겠어요? 무엇까지는 내줄 수 있을까요?
선자는 남편 이삭이 끌려간 뒤 동서 경희와 함께 시장에서 김치를 팔아 가족을 먹여 살린다. 훗날 전쟁이 닥치자 가족은 결국 한수가 마련한 피란처로 옮겨 간다.
9.자식을 지키려면 내가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, 그 손을 잡겠어요? 그 뒤에 따라올 빚까지 감수하고요.
4층 · 논쟁 — 정답이 없는 질문
노아는 일본인 행세로 차별을 피하며 살았고, 모자수는 조선인으로 파친코 일을 하며 차별을 정면으로 받았다.
10.차별받는 곳에서는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것도 정당한 선택일까요?
- □ 정당하다 — 노아는 숨긴 덕에 일하고 가정을 꾸렸다. 살아남을 방법을 고를 권리는 차별받는 쪽에 있다.
- □ 결국 자신을 잃는다 — 숨긴 삶은 들킬까 두려운 삶이다. 노아의 마지막이 그 대가를 보여 준다.
솔로몬은 외국 은행에서 일하다, 땅을 팔지 않던 재일 조선인 노인과 얽힌 거래 끝에 해고당한다. 그 뒤 그는 아버지의 파친코 일을 잇기로 한다.
11.차별받는 집단은 주류 사회에 들어가려 애쓰기보다 스스로의 자리를 지켜야 할까요?
- □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 — 솔로몬이 아무리 잘해도 은행은 그를 조선인으로서 이용하고 버렸다.
- □ 들어가려 애써야 한다 — 문이 좁다고 문 밖에 머물면, 다음 세대의 선택지도 파친코에 갇힌다.
선자의 가족은 역사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먹고 사는 일을 가장 앞에 둔다. 누구도 나라를 되찾는 싸움의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.
12.살아남는 것 자체도 역사에 맞서는 하나의 방식이라 할 수 있을까요?
- □ 그렇다 — 모두를 지우려던 시대에 네 세대가 이어졌다는 것, 그 자체가 기록이다.
- □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— 살아남는 데만 모든 걸 걸면 노아처럼 나를 지우는 쪽으로 밀려가기 쉽다.